2013년 이천오층석탑환수운동을 정리하며

     
 
 
 
▲ 곽만식 위원장
이천오층석탑환수운동이 시작된지 약 6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이천오층석탑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술국치 100년째 되던 2010년, 이천시민의 염원이 담긴 10만 서명부를 전달했고, 이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오오쿠라 문화재단의 반응을 보며 ‘이제 곧 이천오층석탑이 이천으로 돌아 오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오오쿠라 문화재단 측은 아직까지 이천오층석탑을 되돌려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정초부터 이천오층석탑환수위(이하 환수위)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동안 이천오층석탑환수를 위하여 노력했지만, 뚜렷한 결과가 아직 없기 때문에 관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던 여론이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든 마음을 추수를 여유도 없이 일본에서 들려온 ‘조만간 오오쿠라 문화재단의 이사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어렵사리 향한 도쿄에서 간만에 희소식이 들렸다. 오오쿠라 문화재단 측이 이천오층석탑환수문제를 안건으로 상정시켰다는 소식이었다. 오오쿠라 문화재단에도 ‘이천오층석탑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우호적인 세력도 있었으나, 다수의 재단 원로이사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섣불리 오층석탑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2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사죄발언으로 인해 오오쿠라 문화재단 원로이사들이 ‘오층석탑 환수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마라’는 의견을 표함에 따라, 한때 환수협상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더욱이 현재 오오쿠라 슈코간은 일본박물관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천오층석탑문제를 해결하지 말라’는 다른 박물관들의 압박이 심하여 적극적으로 이천오층석탑문제를 대두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환수위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사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는 소식은 희소식으로 느껴졌다.

 
오오쿠라 문화재단 이사회의 결론은 ‘상호영구임대’ 였다. 이에 환수위는 ‘2017년은 오오쿠라 슈코간 100주년을 맞아 이전한다고 들었다. 2015년은 이천오층석탑이 이천을 떠난지 10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니 2015년에 이천오층석탑을 양도한다는 MOU를 체결하고 2017년 오오쿠라 슈코간 이전 시에는 이천오층석탑이 이천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하자.’ 고 제의하였고 오오쿠라 측 또한 이에 대하여 동의하였다. 조만간 이천오층석탑이 이천으로 돌아 올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10월 협상에서 오오쿠라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이천오층석탑문제는 다음세대에 가능한 일이다. 이천오층석탑은 조선총독부가 허가해서 일본으로 온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시 퇴보된 입장을 밝혀 환수위를 당황하게 하였다.

이후 환수위의 조명호 상임위원장은 갑작스런 오오쿠라 측의 입장변화에 대하여 당혹스러움과 섭섭함을 서한으로서 오오쿠라 측에 강력하게 항의 하였고, 오오쿠라 측은 조명호 상임위원장에게 미안하다며, 조만간 만나고 싶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환수위는 이러한 오오쿠라 측의 갑작스런 입장변화를 한`일관계의 악화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의회의 집단적자위권 승인 등 아베정권의 행보가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의 영향으로 적극적인 환수협상이 타격을 받자 환수위의 일본 네트워크인 ‘조선한국 반출문화재문제를 생각하는 연락회의’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한`일의원연맹 회의가 개최되는데 이때, 이천의 국회의원인 유승우의원이 일본의 국회의원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고 오오쿠라 슈코간을 공식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럴 때 일수록 정치적인 압박을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지난 11월 30일 한`일의원연맹에 참석한 유승우의원은 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정병국의원과 함께 오오쿠라 슈코간을 공식 방문하여 오오쿠라 문화재단에 이천오층석탑환수를 요청하였으며, 일본의 국회의원들과 접촉하여 이천오층석탑문제를 알리고 공론화 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갑작스런 정치적인 압박에 오오쿠라 문화재단 측도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러한 정치세력의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서 이제부터는 국회차원의 압박도 시작될 것이라는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세력의 움직임에 대하여 오오쿠라 측의 반응을 살피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일본 네트워크와 논의하기 위하여 크리스마스연휴도 포기한채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 협상단은 12월 24일 도쿄로 출국했다.

해외를 떠돌고 있는 문화재는 비단 이천오층석탑만은 아니다. 일본 내 흩어져 있는 우리문화재는 공식적인 것만 약 6만 6천만점이나 있으며 그 중에서 어떠한 루트로 그곳으로 가게 된 것인지 증명할 수 있는 문화재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반환받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물론 반출경위가 밝혀진다고 한들 그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되찾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문화재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타향살이를 해야만 한다.

이천오층석탑도 언제 이천의 품으로 되돌아올지 어느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천오층석탑을 되찾아오고자 하는 이천시민의 염원과 노력이 있다면 5년 10년 이 걸리더라도, 어떠한 어려움이 닥친다 한들, 언젠가는 이천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희망은 가져 볼 수 있다.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는 언젠가 되돌아 올 것이라는 작지만 밝은 희망의 빛을 품고,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으며 이천오층석탑이 이천으로 되돌아 오는 날까지 노력할 것이다.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 실무위원장 곽 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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