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돈 이천시장 기고문

▲ 조병돈 이천시장
지난해 연말부터 전혀 반갑지 않은 불청객들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바로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다. 이천시는 이 불청객들을 몰아내기 위해 즉각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비상 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고, 구제역과 AI 확산이 우려되는 주요 도로변 곳곳에는 통제소와 소독시설을 설치했다.

특히, 구제역과 AI 발생농가 입구마다에는 공무원들이 배치돼 방역근무를 해 오고 있다. 이들은 거기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많은 근무자들이 지난 설 명절에도 방역 초소에서 보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금 이천시에서는 구제역과 AI가 진정되어 가고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직원들의 헌신과 노고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지난 설 연휴 때 하루를 정해 방역 근무를 자청했다. 하루 온 종일 서다 앉다를 반복하며 소독약을 살포하고 차량을 통제하는 일은 결코 녹녹치 않았지만 축산 농가의 시름과 주름살을 생각할 때 그 정도의 수고는 고생도 아니었다.

지난 2010년 구제역 등이 전국을 강타할 때 이천시 역시 큰 피해와 상처를 입었다. 경제적 피해도 컸지만, 축산 농가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는 큰 아픔을 겪었다.

당시엔 백신 보급률도 낮았고, 가축 한 마리가 구제역 등에 걸리면 해당 농장에서 기르던 가축은 모두 살 처분 대상이었다. 그야말로 하나가 넘어지면 모두가 쓰러지는 완벽한 도미노 이론의 적용이었다.

이런 악몽을 떨쳐내고 많은 축산 농가가 힘들게 재기에 나섰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구제역과 AI가 찾아왔다. 이런 경우를 두고 화상(火傷) 입은 손등에 소금을 뿌린다고 표현할 것이다.

지금 축산 농가는 초비상 사태다. 구제역과 AI가 언제 자신의 축사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긴장과 초조함으로 하루도 마음 편안한 날이 없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축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축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먹이를 주며 온 종일 사육하는 동물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이 축산 농가의 일상이다. 심지어 그들은 동물의 상태에 따라 울고 웃으며 감정을 교감한다고까지 말한다.

자신이 기르는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극한 정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축산 농가의 애틋한 심정을 보통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만큼 축산 농가와 사육 동물은 각별한 사이이자, 농가에게 동물은 가족에 버금가는 특별한 존재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최근 발생된 구제역과 AI는 축산농가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구제역 등이 발병된 축산 농가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농가 역시 심적으로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처럼 축산 농가 대부분이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때 우리가 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는 큰 힘이자, 활력이 될 것이다. 특히, 방역 및 차량통제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는 축산농가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행복과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지만, 걱정과 무거운 짐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법이다.

필자는 이천 축산 정책의 최종 책임자로서 구제역과 AI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요즘 하루 일과는 구제역 방역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하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물론 현장 점검도 빼먹지 않고 챙긴다.

지금은 이천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우제류 전체에 대한 백신 투입이 끝났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예방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것처럼, 백신 투입은 단지 구제역 발병 확률을 낮출 뿐이다. 필자가 긴장의 끈을 풀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다.

푸른 새순이 돋는 봄이 머지않았다. 나는 구제역과 AI가 이 겨울과 함께 물러가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 모두 전국의 많은 축산 농가들이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조금씩 힘을 보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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