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소방서 관고119안전센터장 소방경 임황근

▲ 관고119안전센터장 소방경 임황근
지난 5월 6일 11시 42분경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서 입산자 실화로 추정되는 화재와 15시 27분경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에 위치한 야산에서 원인 모를 큰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 화재는 주민 2500여명을 대피하게 만들었고, 민가 37채(강릉시 33채, 삼척시 4채)와 이재민 39세대 85명을 발생케 했으며, 327ha(축구장 약 460배 넓이)면적의 산림을 태우고, 3일 만인 8일 진화가 완료되었다.
 
산불 진화에는 3일에 걸쳐 소방차량 531대, 헬기 144대와 약 3만명의 인력이 동원되었다. 강원도 산불화재는 화재가 크게 발생한 만큼 언론에서 연일 보도하여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산불이라면 사람들이 으레 여기기에 산에 불이 났다 정도이고, 위화감을 느끼는 분들은 적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산불이 산에 불이 난 정도에 그치지 않고, 민가 피해를 발생시키고, 인명 대피까지 실시하였기 때문에 직접 화재를 겪은 당사자 분들과 언론매체를 통해 화재를 접한 분들에게도 평소보다는 산불화재의 위험성을 가깝게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산불화재의 위험성을 크게 못 느끼는 이유는 신속한 신고와 소방의 능동적인 소방력 동원전략으로 초기에 대부분의 산불화재를 진압하기 때문이다. 신속한 신고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고정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산불 발생의 원인이 사람에 의한 경우가 많아 아이러니하게도 화점(화재가 발생한 지점) 주변에 인적이 있어 화재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산불화재의 경우 최근 3년 기준,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80%이상이고 부주의라 함은 사람에 의한 것이다.  헬기 동원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수시로 동원하는데, 소방헬기 운용비용이 기종마다 다르지만 헬기 1대 1시간에 보통 200만원이 훌쩍 넘고, 모두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님에도 소방에서 헬기를 동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은 소방에서 산불화재 진압에 얼마나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헬기 동원 여부만으로도 소방에서 산불화재의 크기에 관계없이 얼마나 총력을 기울여 초기에 진압하려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산불화재의 위험성을 그 누구보다 그 어느 기관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강원도 산불화재에서도 소방에서는 총력을 기울여 진압하려하였지만 여느 때와는 다르게 긴 건조일수와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에다 화재 발생 당일에는 강풍이 부는 등의 악조건이 겹쳐 산불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력으로 자연적 악조건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다시금 증명하는 자연재해였다. 그러나 ‘비단 자연재해였을까?’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실제 원인을 밝히기는 쉽지 않겠지만 입산자의 실화로도 추정되는 만큼 인적재해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인적재해에서 시작되어 자연재해로 번진 경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적재해라 여겨지는 게 중요한 이유는 사전 혹은 초기에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재해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새롭게 배우고 익혀 더 나은 역량을 키우거나 예방대책을 세우는 소중한 기회로 만들 수는 있기에 이번 사건은 국민들에게나 소방에게나 중요하다.

이번 강원도 산불화재가 우리나라 산불화재 대응능력을 한 단계 향상시키고, 국민의 안전의식을 발전시키는 고무적인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이천뉴스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