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하며-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첫 번째 장면.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TV 토론회. 당시 지지율 1, 2위를 다투던 유력 후보 두 사람의 입에서 성소수자가 화두로 올랐다. 특정한 성적 지향을 지닌 사람에 대하여 반대하느냐 여부를 두고 논박이 이뤄진 것이다. 이어졌던 심상정 당시 후보의 ‘1분 발언’처럼, 누군가의 정체성은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식적인 대선 토론회 자리에서 위와 같은 발언이 나올 수 있었던 환경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가 어떻게 배제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대선이 지나고 꾸려진 정부에서 유엔인권이사회 정례 인권 검토(UPR)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22개 권고를 전면 불수용한 것은 이러한 사회 구조를 반영하는 연장 선상에 존재한다.

두 번째 장면.
2018년 9월 8일 동인천역 북광장, 인천의 첫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당초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축제는 반대 측의 조직적 방해와 폭력 속에서 밤 9시가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다.
 
집회 신고된 공간을 차량을 통해 점거하고, 참가자들을 위협하고 포위하며 물리적 위해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들의 행동은 집회 방해 혐의로 단 8명만이 입건되며 마무리되었다. 참가자들은 반대 측의 포위로 인해 화장실조차 갈 수 없었고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되었었음을 생각해 볼 때 지나치게 부실한 조치였다.

생수 등의 추가 물품이 전달될 수 없었음은 물론이거니와,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식수 음용을 자제하며 버텼다. 경찰의 제지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었다. 원래 집회 신고가 되어있던 공간을 온전히 보장해주기를 포기하며, 포위된 훨씬 좁은 공간을 지키며 양측을 분리하였다. 그럼에도 반대 측은 수시로 경찰 저지선을 뚫고 들어와 폭행 및 기물 파괴 등을 자행하였다. 축제 참가를 위해 진입하던 장애인 당사자의 휠체어를 밀고 위협하기도 했다.

구급차에 응급 후송되는 참가자들이 하나둘 늘어났지만, 경찰은 제지와 분리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대응 태도는 규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며 갑작스레 광장 사용을 불허한 동구청의 행동과 일관된 맥락을 함의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에는 마찬가지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정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의 성소수자 혐오는 비단 이 두 장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에 대한 동대문구의 일방적인 장소 대관 취소, 군형법 제92조의 6을 통한 군의 성소수자 색출 및 처벌 행위, 그리고 일상에서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차별과 비가시화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1990년 5월 17일 세계 보건 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던 것을 기념하며 프랑스의 성소수자 활동가 루이 조르쥬 탱이 제안해 매년 시행되고 있다. 이날을 한국 사회에서 맞이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SOGI법정책연구회에서 발간하는 한국 LGBTI 인권 현황 연간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지수는 100% 만점에 11.85%를 기록하고 있다. 사회 각 영역 전반에 걸쳐 성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관련한 입법 과제가 산적하여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며, 또한 진보 정당이 해나가야 할 역할이 크고 막중할 것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각종 제도적 차별 철폐,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 등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그러나 그 길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끌어당기는 역할에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준)도 소홀함 없이 나설 것이다. 우리가 걸어가는 그 길 위에는 사람이 있다. 까닭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2019 년 05 월 16 일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준) (준비위원장 김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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